이상한 하루의 남자

이 영화는 20초짜리 짧은 음악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아주 매력적이다. 세 번 쯤 이 곡을 반복해 들었다. 사운드트랙의 2번 곡이 시작하고 교회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젊은 남자가 주인공인데 교회 혹은 유서깊은 건물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생이었다. 그의 전공은 신학이 아니다. 이 교회에서 목사님이 기념설교를 진행하려 하는데 뒷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은 우리 고모가 보였다. 고모는 예배에 약간 늦게 들어갔고 고모의 딸인 우리 친척언니가 자신의 어린 아이들 둘을 데리고 좀 떨어진 곳에 앉았다. 목사님이 설교의 문을 여는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대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떤 귀감을 보여야 할까요?' 담배를 피우며 우리 고모가 느릿느릿 대답을 한다. '목사님도 아시겠지만, 애들은 우릴 보고 배우죠. 우리는 더 잘해야 해요. 하지만 우리가 잘한다고만 되는 건 아니죠. 애들이 그냥 잘 해야 될 일도 많이 있는 거예요. 학교 잘 다니고 부모한테 말대꾸하지 말고 여자애가 되서는 남자애랑 노닥거리지 말아야 하는 거죠. 우리집에 짧은 옷이라곤 없어요.' 온건하고 지적인 목사님은 끈기있게 이 대답을 다 들었으며 좀 떨어진 곳에 앉은 고모의 딸은 키가 크고 아주 늘씬한데 옷차림은 무슨 할머니처럼 촌스러웠다. 목사님은 더 참지 못하고 '그렇다면 신도님의 따님은 모든 규칙을 잘 지키며 성장했나요?'라고 물었고 고모와 고모의 딸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내 친척언니는 목사님의 시선에 약간 긴장하며 아주 피곤한 눈빛으로 말없이 자신의 어린 아이들을 끌어당겼다. 두번째 담배를 피워물며 고모는 계속 말하는데 나는 이 황당한 논리가 아주 창피하다. 이 광경을 멀리서 본 남자주인공은 동창 모임과 한 가지 약속 때문에 이 도시에 방문했고 역사깊은 곳으로 알려진 이 교회에 잠시 들른 것이었다. 주인공의 오랜 은사가 그를 불러 오늘 꼭 발굴해야하는 어린 시체가 있는데 그와 같이 묻힌 역사적 유물을 함께 꺼내달라고 말했다. 남자는 '그걸 제가 해요?'라며 펄쩍 뛰었지만 은사는 강한 어조로 '오늘 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으니 자네가 수고해주게'라며 그를 이끌고 왔다. 그 작은 집안으로 들어가자 은사는 뒷짐 진 채 화장실이나 들락거릴 뿐이었고 젊은 남자 혼자 땀을 흘리며 땅을 파는데 마당 한가운데 묻혀있던 아이의 시체는 놀랄만큼 생생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보존한 것인지 남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물과 시체의 묻힌 시점에 큰 차이가 있음을 남몰래 확신한다. 이 일을 대충 마무리한 후 남자는 동창 모임에 갔는데 매력적인 여자가 된 친구를 만났다. 다들 카지노로 이동해 여자가 큰 건을 터트렸지만 기계 안엔 칩이 다 채워져있지 않았고 여자는 화를 내며 항의했다. 카지노 측에선 덩치큰 두 명의 관리인을 불러 이 상황을 종료시켰고 기분이 상한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남자는 자신이 발굴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모든 동창들은 무기력하고 이 고향 마을의 카지노는 대체 언제부터 자리한 것이었는지 알 수 없고 교회에서 멀지 않은 집에 묻힌 아이의 시체, 뭔가를 숨기고 있는 은사와 지적여보이지만 분노를 숨긴 목사까지. 대체 언제부터 목사가 예배 도중 신도의 말을 다 들어준걸까.

버텨야 이긴다

얼마전 친구가 나에게, '난 자존심 상하고 짜증나는 상황이 되면 손해보더라도 그만두고말지, 못 참아.'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때때로 이런 생각을 한다. 더럽고 치사할 때 그만두는 건 차라리 제일 쉬운 일이 아닐까. 그 순간을 버티고 약간 굴욕도 씹어서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 그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근성이 어려운 게 아... » 내용보기

사람은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가 없다. 나는 평소 가게에서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나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하는 편인데, 내가 다니는 목욕탕 아줌마는 내 웃는 낯짝엔 대답도 제대로 안 한다. 어느날 나는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이 아줌마에게 더 친절하게 말할 필요를 못 느껴서 아주 딱딱하게 말을 건넨 적이 있었는데 대체 왜 이 순간 아줌마는 나에게 상냥해지는 걸... » 내용보기

스커트

다리가 길고 아름다운 여자가 짧은 블랙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느릿느릿 돌아다녔다. 누가 봐도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다리였는데 뒷모습을 보니 엉덩이 부분이 투명하고 엉덩이의 뼈와 그것을 지지하는 쇠덩어리가 붙어있었다. 그 아래로 이어진 다리역할의 기다란 철심. 기계의 반신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은 치마 속에 있었다.  » 내용보기

현무암

밖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듣고 있다. 기업들이 가스를 배출하고 온 세상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자연 파괴와 온도 상승, 그에 따른 우리 생활의 끔찍한 변화 이런 부정적인 뉘앙스를 생각하니 걱정스러웠다. 다가오는 재앙이 실감났다. 곳곳에서 불이 났고 특수 장비를 갖춰입은 기온청소부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있었다. 우주복같은 두꺼운... » 내용보기